세기말 악마주의 록의 교주 '마릴린 맨슨'

최근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시 교외 리틀턴의 컬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집단 살인사건은 역사상 최악의 학교 총기 사고로 기록되고 있다.
무려 15명의 학생과 교직원이 총격으로 숨진 이 무서운 살인 사건은 '트렌치 코트 마피아'라는 학내 불량 서클의 단원으로 알려진 딜런 클레볼드(17)와 에릭 해리스(18)라는 두 학생에 의해 자행되었다.
나치의 대량 학살과 죽음을 상징하는 트렌치 코트(레인 코트의 일종)와 스키 마스크 복장을 한 두 사람은 학우와 교사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소총을 난사하고 사제폭탄을 투척하여 학교를 피바다로 만든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이 '세기의 살인극'을 마감했다.
평소 '이상한 아이들'로 불리며 교우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아온 이들은 중세기풍의고딕문화와 백인 우월주의, 나치 문화 등에 심취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사건 관련 보도 중 우리의 시선을 붙잡는 대목이 몇 가지 있다.

첫째는, 이들의 기독교에 대한 철저한 증오심이다.

이들은 미처 피하지 못하고 책상 밑에 엎드려 떨고 있는 여학생들에게 다가가 하나님을 믿느냐고 물은 뒤 '그렇다'고 대답하자 그 자리에서 머리에 총을 쏘아 '즉결처분' 했다.
또 하나는, 두뇌가 명석하고 음악과 시에 남다른 재능을 보인 범인들이 바로 악마주의 록 그룹 '마릴린 맨슨'의 광적인 팬이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부유한 중산층 동네에서 일어난 이번 사건은 물질적 풍요 속에서 영화나 비디오 게임같은 오락 문화에 깊이 빠져 폭력과 섹스, 살인 등에 대한 도덕적 불감증을 키워 온 미국 십대들의 병적 상태가 표면으로 드러난 사건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번 사건은 데스 메탈(death metal)이나 쇼크 록(shock rock)등의 악마주의 록 음악이 '단순한 볼거리' 차원을 넘어 그 추종자들을 무고한 인명을 살상하는 '악마적 인간'으로 만드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하나의 결정적 증거가 되고 있다.
마릴린 맨슨(Marilyn Manson)이란 그룹명은 요절한 전설적 스타 마릴린 몬로의 이름과 여배우 샤론 테이트 등 다섯 명을 살해하여 역사상 가장 잔인한 연쇄 살인광으로 기록되고 있는 찰스 맨슨의 이름을 합성한 것. 그룹명을 자신의 이름으로 붙인 보컬리스트 마릴린 맨슨(본명 브라이언 워너)을 주축으로한 미 플로리다 출신의 5인조 그룹으로, '검열의 한계를 깨 부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1990년에 결성됐다.

1994년 앨범 'Portrait of an American Family'로 데뷔한 이래 'Smells Like Children', 'Anti-Christ Superstar'과 근작' Mechanical Animal'에 이르는 여러 장의 앨범과 함께 'Cake & Sodomy', 'Sweet Dreams'(유리믹스의 동명 히트곡 리메이크), 'The Dope Show' 등의 히트곡을 연달아 터뜨리며 인더스트리얼 메틀 및 쇼크 록 계열 최고의 인기스타로 확고한 자리를 굳혔다. 폭력, 섹스, 마약이라는 록 음악의 영원한 주제를 극단적 과격함으로 표현한다는 기치하에 사타니즘을 확고한 표어로 내건 마릴린 맨슨은 일반의 상상을 초월하는 급진적 록 음악과 무대 행위로 수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광폭한 사운드와 악마적 가사 내용, 그리고 엽기적 행위들로 인해 '청소년 유해 록 밴드' 제1호로 손꼽히지만, 기독교와 기성 질서에 적대적이고 냉소적인 청소년들과 청년층 록팬들로부터는 열광적인 지지를 얻어내고 있다.
이들이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공연 내용의 음란성과 잔혹성은 필설로 표현할 수 없을정도다. 변태적이고 도발적인 성행위 장면이 거침없이 연출되며 악기를 집어 던지고 때려 부수는 정도는 기본이다.
벌거벗은 몸을 흉기로 자해하여 피를 보이는 극단의 폭력이 감행된다.
마릴린 맨슨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사단교의 교주를 자임하고 나선 맨슨이 독일의 나치 집회를 상징하는 무대 위에 마련된 제단 위에서 집행하는 사단 숭배의식이다.
뮤지컬 '예수 그리스도 슈퍼 스타(Jesus Christ, Superstar)'를 패러디한 마릴린 맨슨의 주제가, '안티-크라이스트 수퍼스타'가 연주되는 가운데 맨슨이 성경책을 갈기갈기 찢어 관중석을 향해 집어 던지는 장면에서 '교인'들의 환호는 절정에 달한다.
근래 국내에서의 마릴린 맨슨의 대중적 인기는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인류의 미래를 주제로 한 내용으로 98년 10월 미국 발매 첫 주에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오른 화제작 ' 미케니컬 애니멀'은 국내에서도 수만장이 팔려 나가는 빅 히트를 기록했다. 이 앨범이 히트하자 맨슨의 옛 음반들이 잇따라 출시되는 등 맨슨의 인기는 급상승세를 타고 있다.

맨슨의 레코드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미성년자들에 대하여 부모의 지도가 요청되는 음반으로 분류하여 경고 스티커를 붙이는 등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접근을 억제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국내의 경우 유튱상의 아무런 통제나 청소년들에 대한 어른들의 지도가 전무한 상태에서 맨슨의 음반이 자유로이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은 해외 반입 음반의 가사나 표지 등 내용에 대하여 사전 심의를 담당하고 있는 공진협과 방송사 등의 현행 심사 기준에 대하여 이 기회에 심각한 재고와 제도적 보완 조치가 필요함을 우리에게 강하게 일깨워 주고 있다.
마릴린 맨슨이 전세계 대중을 상대로 벌이는 일련의 반기독교적 연예 활동이 어디까지 상업적이고 어디까지 종교성을 띤 것인지 우리로서는 알 길이 없다.
일면, 그들의 모습 속에서 그 어떤 것도 쇼 비즈니스의 소재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오늘날 미 연예 산업의 단면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 크리스천의 입장에서 맨슨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공개적으로 모독하는 사악한 '독신행위'와 노골적인 '기독교 파괴 행위' 이외에 그 어떤 선한 것도 찾아볼 수 없는 가장 극렬한 반기독교적 록 밴드일 뿐이다.
마릴린 맨슨은 오늘날 록 음악을 통해 하나님을 대적하고 젊은이들을 선동하여 교회로부터 등을 돌리게 하려는 사단의 역사가 가장 극명하게 가시화 된 기독교의 공적 제1호다.

 

강인중-음악 평론가, 음반기획사 '라이트 하우스' 대표
 '낮은 울타리 중'